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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진저의 로고, 국내에 잘 알려진 브랜드 퓨마와 비슷해서 퓨마 짝퉁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많이 받는 브랜드입니다.

 

비슷한 로고부터 말씀을 드리면 퓨마는 미대륙에 서식하고 있는 고양이과 육식동물인 퓨마(Puma)를 모델로 하고 있고 슬래진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 고루 분포하는 표범, 그 중에서도 흑표(Black Panther, 흑표범)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같은 고양이과 육식동물인데다 생김새 또한 비슷하니 로고로 형상화한 모양도 유사해 보입니다.

 

 

 

 

슬래진저는 1881년 영국에서 유태인 형제인 랄프 슬래진저, 알버트 슬래진저에 의해 설립됐고, 설립 후 4년 뒤인 1885년에 열린 영국의 All England Lawn Tennis and Croquet Club의 첫번째 챔피언쉽부터 테니스, 크로켓 라켓을 비롯한 다양한 용품을 공급하게 됩니다. 1877년에는 동 대회의 공인구로 채택되어 공급되어졌고요.

 

이후 1902년에는 윔블던 챔피언쉽(The Championships, Wimbledon) 대회에 공인구로 채택되었으며 무려 113년(읭?!) 뒤인 2015년(!!)까지 지속적인 공급이 결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합니다. 테니스 용품 쪽에서는 넘사벽급 업체가 바로 이 슬래진저입니다. 이러한 결과로 설립자인 슬래진저 형제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재임 당시인 1870년과 1880년에는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엄청난 양의 군수용품(주로 피복류)을 영국뿐 아니라 미공군에까지 납품한 실적이 있다는 것이고요.

 

전쟁이 끝나고 1959년 슬래진저는 새 주인을 만나게 됩니다. 랄프 슬래진저의 아들에 의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던롭(Dunlop Rubber)에게 매각되면서 전환기를 맞게 되는데요. 사실 이전까지 아버지대인 슬래진저 형제들에 의해 영국 내 사업에 매진했던 데에서 나아가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모회사인 던롭이 1985년(BTR plc)과 1996년(CINVen) 그리고 2004년(Sports Direct International)로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어 왔으나, 현재까지도 세계 테니스용품과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슬래진저와 던롭은 독자적인 영역을 갖춘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에서의 슬래진저란 브랜드는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을까요?

 

바로 슬래진저의 글로벌 라이센싱 전략 때문입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등 내노라 하는 스포츠용품 브랜드들은 주로 직영으로 운영하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 본사에서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세계 각지의 OEM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슬래진저의 경우 2004년 Sports Direct International에 재매각될 당시, Sports Direct International에서 영국 내의 브랜드 재산권만을 인수하였고 이 외의 전세계 각국에서는 슬래진저 브랜드를 원하는 누구나 라이센싱을 할 수 있게끔하고 적극적인 라이센스 판매 전략을 채택합니다.

 

이 경우 전세계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관리할 구심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각 국가에서 독자적인 슬래진저 상표를 확보한 기업들이 슬래진저 브랜드로 자체적인 생산, 판매 활동을 벌이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슬래진저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슬래진저 제품들은 저가형 시장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아마 국내 상표를 가진 업체에서 이러한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겠지만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일례로 슬래진저 브랜드가 영국 본사에 의해 엄격히 라이센싱을 통제하던 1990년대 초중반까지에도 대기업인 삼성물산이 국내 슬래진저의 공식 라이센싱 업체로서 공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때의 품질은 지금보다 훨씬 좋았고, 현재까지도 명성이 높은 '영국 슬래진저' 본가의 제품과 비교해도 특별히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 없는 상당한 고가의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본사에서 해외 시장의 브랜드 관리를 포기하는 바람에 영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는 누구나 라이센스를 받아 해당 국가에 슬래진저 상표를 등록하고(아무나 먼저하면 임자?) 아무 제품이나 마구잡이로 생산해 판매가 이뤄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슬래진저의 이러한 이미지는 한국에서 경향이 유독 강하기는 합니다. 오히려 슬래진저의 전략이 해외 시장 안착과 브랜드 가치 제고에 성공한 호주와 뉴질랜드의 사례만 보더라도 말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슬래진저 라이센싱을 맡은 기업은 호주의 대기업 Pacific Brands로 인도에 직영 공장을 갖추고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좋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현지에서 슬래진저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리며 메이져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영국 현지를 비롯한 전세계 테니스, 크로켓용품 시장에서는 여전히 레전드급에 위치한 브랜드 슬래진저. 하지만 전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는 각 국가별로 양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가 또 슬래진저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알고 계시는 슬래진저란 브랜드의 이미지를 본다면, 얼핏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윔블던 챔피언쉽 대회'에서의 공인구를 무려 113년이나 공급하도록 선정된 업체라고 하면 참 놀라운 사실로 인식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거기다 설립자인 슬래진저 형제가 스포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영국 여왕의 훈장까지 수여받았던 것은 덤이구요.

 

특히 슬래진저가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 퓨마 짝퉁이 아닌지 할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바닥인 현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업체가 이러한 고급 브랜드를 가져와서 이 정도로 망가뜨릴 수 있는지 참 대단한 것 같네요. 사실 브랜드 자체가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와 같은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 먹은 기업이 나서서 라이센스를 사와서 적극적인 사업을 벌인다면 제 2의 휠라(FILA)와 같은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국내 시장에서의 슬래진저는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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