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면서 데스크탑이 있는 방에서 공유기가 있는 방까지 연결되어 있던 UTP 케이블을 바닥 시멘트 홈을 파서 배선하고, 그 위로 강화마루를 새로 까는 방법으로 공사를 했습니다. 그간 벽 모서리를 따라 죽 늘어져있던 UTP 케이블이 바닥으로 들어가니 외관상으로도 깔끔하고 혹시 고정 시켜놓은 타카가 떨어져 걸리적거릴 염려도 없어 좋겠다 싶었지요.

 

헌데, 문제는 공사가 끝난 후.. 인터넷이 자주 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공유기 문제인가 싶어서 새 공유기를 교체해보았지만 증상은 그대로였습니다. 공유기 물려있는 유선 LAN커넥터 3개와 무선 LAN 3개가 모두 먹통이 되는 현상이었는데,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메인 데스크탑이 문제였습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 ipconifg 명령어로 release 후, renew 해서 공유기에 재접속하면 다른 PC와 스마트폰, 스마트TV, 인터넷전화의 연결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문제는 굉장히 자주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증상이 생길 때마다 메인 데스크탑의 인터넷을 강제로 해제하고 재접속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울 뿐더러 분명히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공유기와 랜카드도 교체해보고 드라이버도 버전별로 바꾸어보았고 포맷도 수십번 해보았지만 문제는 계속됐습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것은 UTP 케이블, 즉 랜선 밖에 없었습니다.

 

 

가입되어 있는 ISP는 케이블TV 업체인 씨앤앰의 광랜플러스 160Mbps 상품입니다. 닥시스 3.0을 도입함으로써 업로드가 느린 비대칭 속도이지만, 다운로드 속도에서는FTTH의 100Mbps를 넘어선 규격입니다. 이 서비스의 속도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내부 네트워크도 기가비트 환경이 지원되어야 하는데요, 일단 공유기(라우터)는 기가비트를 지원하는 삼성전자 SWR1100가 놓여져있고, 메인 데스크탑은 브로드컴의 BCM5751 기가비트 랜카드, 서브 데스크탑은 VIA의 VT6130 기가비트 랜카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사실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UTP 케이블이 기가비트 환경을 위한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기가비트 규격을 보장하는 것은 UTP CAT.5E 규격부터이며, 최근에는 CAT.6 규격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바닥에 공사된 케이블은 10년 전에 구입해 보관해두었던 UTP CAT.5 케이블을 그대로 사용해버렸습니다. CAT.5 케이블이 보장하는 속도는 알려진대로 100Mbps까지이기 때문에, ISP에서 제공하는 160Mbps급 인터넷 속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CAT.5E나 CAT.6 규격의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실제로 CAT.5 규격에서도 약 50m까지의 거리는 기가비트로 연결과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UTP CAT.5 케이블을 보면 10/100 BASE-Tx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는데 여기서 Tx는 100m 이상의 거리를 뜻합니다. 100m 이상의 거리를 10/100Mbps의 속도로 보장한다는 뜻이지요. 규격이니 뭐니 해도 결국에는 전자 신호를 보내는 전선이기 때문에, 신호 손실을 따졌을 때 가까운 거리에서는 강한 신호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10/100 BASE-Tx의 경우 대략 300m 이상의 거리에서 약 75%에 가까운 신호 손실을 보이는데, 거꾸로 50m 이내의 거리에서는 신호 손실이 거의 없어 기가비트 통신이 가능한 것입니다. 사실 넓은 사무실이 아닌 이상 댁내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직선거리 50m 정도면 왠만큼 커버가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CAT.5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CAT.5 케이블을 매설했던 것이고요.

 

문제는 공사하시던 분들이 이 UTP 케이블을 매설하다가 어디인가를 조금 훼손한 모양입니다. 창고에 뭉쳐져있던 CAT.5 케이블을 가져다가 RJ-45 커넥터를 집어 직접 연결해보니 문제가 없습니다. 매설된 케이블을 이용할 때만 문제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미 공사가 끝난 마당에 케이블을 다시 매설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렇게 삽질이 시작됐습니다.

 

여덟 가닥의 UTP 케이블 중 일부만 훼손되었기에 통신이 되었다 안되었다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 통신에 사용되는 1, 2, 3, 6번 케이블의 위치만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색깔을 이리저리 바꿔보며 시도해보았지만..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됐습니다.

 

결국 다이렉트연결 방식으로 1, 2, 3, 6번 케이블 색상을 모두 바꿔보고... 문제 해결이 안되는 것을 확인하고 근 몇 달을 포기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메인 데스크탑과 공유기의 재연결을 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공유기 위치를 옮기려다가 매설된 케이블이 나와 있는 길이가 조금 길어보여서 RJ-45 커넥터를 새로 집을 심산으로 UTP 케이블을 끊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문뜩 크로스 연결로 커넥터를 따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크로스 연결은 PC에서 PC를 직접 연결 할 때, 또는 허브에서 허브 등 같은 장치끼리 연결할 때 쓰는 방식이며, 공유기와 PC의 연결은 다이렉트 연결이 정석입니다. 또한 원래대로라면 크로스 연결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다이렉트, 크로스 방식에 관계없이 제어해서 연결시켜주는 기능을공유기들이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그냥 구분없이 다이렉트 커넥터를 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도 UTP 케이블의 여섯 가닥 위치를 보면 다이렉트 커넥터 따기가 더 쉽고요. 아무튼 최근에는 거의 사용해볼 일이 없던 크로스 커넥터를 따서 랜툴로 땃습니다. 공유기의 다이렉트, 크로스 방식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이용해 일부러 반대로 연결해본 것인데요,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너무나 잘 연결이 되고, 윈도 제어판 상에서도 1Gbps 속도로 연결된 것이 확인되었고 내부 전송 속도도 기가비트 급으로 잘 나오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발생했던 문제도 모두 해결되었고요. 문제없이 너무나 잘 되는 모습을 보니 이쯤되면UTP 케이블에서 물리적 훼손이 있기는 했던것인지 의심이 들 지경이네요.

 

혹시 원인을 모르게 유선 네트워크에서 인터넷이 자꾸 끊어지신다면, 공유기나 랜카드만 탓하지 말고 UTP 케이블도 한 번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공유기를 사용 중이시라면 자동 제어 기능을 활용해 다이렉트 연결과 크로스 연결도 한 번씩 시도해보실 수 있으니어쩌면 원인 모를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수 개월간 고생했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나니 정말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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