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부터 간헐적으로 시동꺼짐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신호 대기 중일 때도 꺼지고, 기어 조작 시에도 꺼지고, 심지어 정상 주행 중에도 꺼지는 등 심각한 문제였는데요, 카센터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었습니다. 원인을 찾지 못해 문제는 방치해두고 운행을 하니 점점 시동이 꺼지는 빈도도 늘어나 정말 긴장의 나날들을 보냈는데요.

 

결국 매뉴얼을 펼쳐두고 주기점검표를 하나씩 차근차근 체크해보기로 했습니다. 전체 운행 중 도심 구간이 거의 99%에 달하니 마지막에 나온 가혹 조건으로 확인해보았는데요, 점검 항목 중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엔진오일 및 오일필터와 에어클리너, 연료필터, 점화플러그와 배선이었습니다.

 

1.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클리너

 

 

엔진오일은 이전까지 보통 5,000km마다 교환했습니다. 물론 엔진오일 교환시 보통 오일필터와 에어클리너를 함께 교환하기 때문에 이 주기가 계속해서 지켜졌었는데요, 매뉴얼 상 가혹 조건이 7,500km마다 교환이기 때문에 정말 이른 시기에 교환을 했었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지난 번 100% PAO 합성유로 교환을 하면서 이 주기가 틀어졌다는 것인데요, 보통 합성유의 장점은 일반 광유계 엔진오일보다 점도 유지의 지속성이 좋아서 엔진오일 교환 주기도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합성유 엔진오일을 넣고 이전까지 교환 주기로 삼았던 5,000km에 두배인 10,000km까지 잊고 지낼 생각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것은.. 엔진오일은 합성유이니 10,000km까지 문제가 없겠지만, 함께 교환하는 오일필터와 에어클리너까지 덩달아 교환 주기가 길어지게 되어 버린다는 것인데요..

 

생각하고 나니 찜찜해졌네요. 바로 자동차보험에서 연 1회 제공하는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클리너 무료 교환 쿠폰을 들고 교환을 마쳤습니다.

 

2. 연료필터

 

연료필터는 오일필터와 다릅니다. 오일필터는 엔진오일 교환시 교체하는 엔진 근처에 붙은 동그란 원통 모양의 그것인데, 연료필터는 차를 들어올리면 차량 뒷바퀴 쪽 하부에 위치하고 있고 기다란 쇠 막대기가 원통을 관통하고 있는 형태로 생겼습니다. 사실 연료필터도 분명히 소모품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신차 출고 후 단 한번도 교환하지 않고 있다가 매뉴얼을 보고서야 아차 싶었습니다. 가솔린 차량이라고 방심했던 저의 부주의 같네요. 보통 디젤 차량의 경우 연료필터의 중요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렇게 아예 잊어 버리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죠. 아무튼 연료필터의 매뉴얼 상 교환 주기는 45,000km이고, 이미 넘었으니 함께 새 순정 부품으로 교환했습니다.

 

3. 점화플러그, 배선

 

 

점화플러그와 배선도 좀 찜찜해서 바꾸기로 합니다. 사실 이 쪽에서 찜찜한 이유도 1번과 같습니다. 통상 순정 니켈 점화플러그보다 수명이 길어 교환 주기를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이리듐 백금 플러그를 사용해왔는데요, 우선 점화플러그의 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에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도 함께 교환하는 배선(하이텐션 케이블)의 경우 일반적인 교환 주기를 훨씬 넘어서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리듐이네 백금이네 하는 고가의 플러그가 실제 수명이나 내구성은 기대 이하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냥 저렴한 니켈 순정 점화 플러그를 제 주기에 맞춰 그 때 그 때 교환해주는 것이 좋다는 말들이 있어서, 제 경우에도 순정으로 돌리고 노화된 배선도 함께 교환하기로 합니다. 순정 플러그인 유라테크 참피온 RA7YC와 경일공업의 애프터 마켓용 순정형 배선으로 교환했습니다.

 

이렇게 정비를 마쳤는데, 문제는 해결 됐을까요?

 

깔끔하게 해결됐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꺼지던 시동이 너무나 평온하고 힘 있게 잘 돌아갔습니다. 일단 추측하기로는 1순위가 에어클리너 혹은 오일필터 노화로 인한 연소 불량인데요, 확실치는 않습니다. 기존에 장착해 둔 이리듐 점화 플러그를 꺼내보니 기대 이하라는 세간의 평에 걸맞게 팁이 다 변형되어 있고, 아예 타버린 녀석까지 가관이더군요. 100,000km를 탈 수 있다던 이리듐 플러그가 30,000km만에 처참해진 모습을 보자니 헛웃음이 났습니다. 그냥 니켈 순정 플러그로 자주 교환하는게 낫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았네요. 물론 시동은 잘 걸리는데 갑자기 꺼지는 문제라고 하면 점화 플러그 변형으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1순위를 에어클리너와 오일필터 문제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교환주기가 잘 지켜질 수 있게끔, 엔진오일도 순정 광유 계통 오일을 사용하고 점화 플러그도 니켈 순정 점화 플러그를 사용하면서 자주 교환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오히려 그 쪽이 정비 비용에서도 저렴하고 전체적인 소모품 교환도 빠르게 이뤄지니 더 안전해 보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기억에 남는 단 한가지는.. 고가의 이리듐 플러그 정말..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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